본문 발췌
(...) 숫자에도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동양권에서는 ‘죽을 4’를, 서양권에서는 ‘럭키 7’, ‘사탄의 숫자 666’, 그리고 ‘13일의 금요일’을 떠올리실 거라 생각합니다. 동양에서는 숫자와 동음이의어인 글자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서양에서는 그 숫자를 성경의 이야기와 연관시켰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성경 그림읽기 설명에 들어가기 앞서서 숫자에 얽힌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숫자 1은 유일신 성부 하느님을 의미합니다.
그 다음 숫자인 2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고,
3은 성부 · 성자 · 성령 삼위일체와 원/천상세계,
4는 지상세계를 의미했습니다. (동양에서도 예로부터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각지다라고 표현했는데 서양 또한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5는 인간,
6은 불완전한 숫자이며,
7은 완전한 숫자입니다: 천지창조 당시 하느님이 엿새를 일하고 하루를 쉬셨기에 7이 완벽함을 의미한다고 해요.
이 숫자가 유럽 성당과 성화에서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지 맛보기로 간단하게 설명해볼게요. 유럽 성당 내부를 둘러보면 사제가 서서 제사를 지내는 제대가 있는 곳은 반원의 형태를 띄고, 신자들이 앉는 곳은 사각형의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대는 한국 성당의 제대와 반대방향에 위치해 있는데요. 이를 통해 중세 유럽에서는 사제가 신도들을 등지고 서서 미사를 봤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사제는 왜 이렇게 불편하게 미사를 지냈던 걸까요? 사제와 신자들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이는 사제가 한 말이 앞으로 나아가 둥근 벽에 부딪혀 다시 뒤로 퍼지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천원지방, 사제가 바라보고 서 있는 둥근 벽은 하늘이요, 신도들이 앉아있는 직사각형의 땅은 지상이었습니다. 미사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은 사제의 입을 통하되 하늘나라를 거쳐오는 신성한 이야기가 되는 셈이었지요. (...)